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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.
무더위가 남아 있는 8월 하순의 밤.
토라사와 잇세이: ……후우. 꽤나 파냈네
세운 삽 손잡이에 체중을 맡기고,
셔츠 소매로 땀을 닦는다.
토라사와 잇세이 (서두르지 않으면……)
쭈그리고 앉아 구멍에 맨 손을 넣으면――…미지근한 흙의 감각.
직후에 이질적인 딱딱함에 손이 닿는다.
흙을 털어내면 스테인리스제 박스가 모습을 드러낸다.
세 자리의 다이얼이 걸려있는 자물쇠.
틀림 없다. 이거다. 찾아냈다.
토라사와 잇세이: 우리들의――――――…… 타임 캡슐
…………
*
토라사와 잇세이: 오―…… 창문 여니까 매미 소리 들어와서,
더 덥게 느껴지네
핫카 시구레: 죄송합니다. 학생회실의 청소인데, 사감에게 도움을 부탁드려서……
토라사와 잇세이: 내가 돕겠다고 말 꺼냈잖아. 그건 사용해 둬
핫카 시구레: 그럼 그 선반 청소가 끝나면 마루에 왁스칠을 하려고 하니,
청소기로 먼지를 모조리 없애주시겠어요?
토라사와 잇세이: 옷, 좋은 느낌으로 부리지 않냐. 하핫
프랑스에서 공연을 마치고 귀국하자,
핫카가 혼자서 묵묵히 학생회실 청소를 하고 있던 걸 발견했다.
그냥 냅둘 이유도 없어 젖은 걸레를 손에 들고
이 열이 푹푹 찌는 공간에 몸을 담아둔지, 30분 정도가 지났다.
토라사와 잇세이: 그러고 보니 새학기 시작하면 학생회 선거겠구나.
그 전에 이것저것, 정리정돈인가?
핫카 시구레: 네. 그렇다곤 해도 회장도 별로 귀국하지 않고,
이 부실은 거의 저와 아사기리만――
응……?
토라사와 잇세이: 왜 그래?
핫카 시구레: 선반 제일 윗단에……
토라사와 잇세이: 오오?
올려다 본 시선의 끝.
한 장의 종이가 파일과 파일 사이에 끼여 있었다.
「핫카가 관리하는 학생회실 선반」에는 어울리지 않는 난잡함이다.
핫카 시구레: 뭘까요……?
토라사와 잇세이: 기억에 없어?
핫카 시구레: 저도 아사기리도, 저런 식으로는 수납하지 않아요
토라사와 잇세이: 그렇겠구나. 가져와 볼게
핫카 시구레: 감사합니다
시선으로는 높게 보인 곳이어도,
손을 뻗으면 금방 닿았다.
……언제부터인가 신체만큼은 크게 성장해 있었다.
토라사와 잇세이: ――으쌰, 가져왔다.
응? 뭔가 편지 아냐 이거?
핫카 시구레: 무언가의 메모일까요……?
시간을 느끼게 하는 용지의 윗쪽에는
「○」이나 「△」같은 기호가.
아랫쪽에는 「○의 코끼리 아래」라는 문장이.
「코끼리」은 데포르메된 코끼리 그림이다.
핫카 시구레: 이건……?
토라사와 잇세이(――! 이 글자……)
*
…………
*
아사기리 미카게: 당신의 까마귀 목욕재계,
극에 달하진 않았어요―?
(*목욕을 짧고 간결하게 한다는 뜻)
토라사와 잇세이: 네가 빨리 하라고 했으니까 서둘렀잖아
아사기리 미카게: 그렇다곤 해도…… 핫,
샤워룸 들어가서 3분만에 나온다니, 너무 빠르잖아요
(*이것도 비설떡밥입니다)
토라사와 잇세이: 너무 오래 있어도 식욕 떨어진단 말야.
막 웃지말고, 식사할 자리를――
응?
아사기리 미카게: 뭔가 재미있는 거라도 찾았어요?
토라사와 잇세이: 저기――
니토 센리: 으―――음
시바사키 신야: 으――――――음
2.
니토 센리: 으―――――――음
시바사키 신야: 으――――――――――음
니토 센리: 으――――――――――――――……
푸하앗! 안되겠어 숨이 안 이어져~!
시바사키 신야: 아하하. 내가 이겼네
모치즈키 유우마: …… 무슨 승부였어?
핫카 시구레: 진지하게 암호를 해독하고 있다고 생각했더니……
니토 센리:그치만 그치만요~, 선배님들이 가져온 암호,
너무 의미불명인걸요
시바사키 신야: 어렵네, 그치
하지만 이 동물 그림은, 엄청 귀여워
모치즈키 유우마: 귀엽다기 보단 …… 좋은 느낌이 나오고 있어요.
이 토끼 얼굴이라던가, 「허무」하단 느낌이야
니토 센리: 허, 허무……?
토라사와 잇세이( 저 종이는, 점심 시간에 학생회실에서 찾은……)
「불명서류」로 파일링 하겠다고 핫카가 말했을 터인데――…….
아사기리 미카게: 뭐예요? 저 포근포근 공간에 섞이고 싶어요?
(*포야포야)
토라사와 잇세이: 하핫. 네가 포근포근해 하고 있는 건 보고싶은 기분도 드는데
아사기리 미카게: 그럼, 식사 가져올테니까 먼저 포근해져 있어요
시노노메 특제 라멘정식이죠?
토라사와 잇세이: 응. 디저트는――
아사기리 미카게: 소금 주먹밥으로 변경?
토라사와 잇세이: 고마워. 부탁한다
아사기리 미카게: 네네
아사기리와 잠깐 헤어진 나는,
학생회실에서 발굴된 「수수께끼 암호」가 적힌 용지를
들여다보는 핫카네 쪽으로.
토라사와 잇세이: 오우. 너희들, 즐거워 보이네
나도 끼워주지 않을래?
핫카 시구레: 사감…….
시바사키 신야: 토라사와 선배, 돌아오셨네요!
이쪽에, 앉아주세요
토라사와 잇세이: 고마워. 아사기리도 올거야
시바사키 신야: 두 사람 정말, 언제나 사이 좋네요
니토 센리: 확실히 토라사와 선배가 눈에 띄면,
거의 100퍼센트 확률로
옆에 아사기리 선배 있을지도
모치즈키 유우마: ……따르고 있어 *친숙해져 잘 따르다, 어린애가 잘 따르다의 의미
토라사와 잇세이: 하핫. 그거 아사기리에게도 말 좀 해줘
어떤 표정 지을지 보고싶어
아사기리 미카게: 이런 얼굴인데?
토라사와 잇세이: 뭐야, 재미 없잖아
시바사키 신야: 미카게 군, 좋은 밤이야
아사기리 미카게: 실례합니다―
시바사키 신야: 헤헷. 선배랑 미카게 군이랑
함께 밥 먹을 기회가 별로 없었으니까,
뭔가 신선해
아사기리 미카게: 그 쪽은 거의 다 먹어가잖아.
……그거, 무슨 종이야? 수수께끼 놀이?
토라사와 잇세이: 아까 학생회실에서 찾은 종이야
핫카 시구레: 네. 쓰여진 암호가, 아무래도 신경쓰여서
토라사와 잇세이: 풀 수 있을 것 같아?
핫카 시구레: 아뇨, 고전하고 있어요
시바사키 신야: 이런 게 특기일 타카오미 군에게 물어보려고 했는데요……
니토 센리: 지금 그 라이온 귀성중이란 말이죠~.
중요할 때에 없다던가, 진짜 다메라이온
토라사와 잇세이: 그렇구나.
……있지, 나도 함께 풀어봐도 돼?
핫카 시구레: 에……
아사기리 미카게: 뭘 말하고 있는 거야, 이 사람은
니토 센리(그렇게 말해도 아사기리 선배, 별로 싫어하는 것 같진 않네……)
시바사키 신야: 토라사와 선배랑 미카게 군이 도와준다면 든든하죠!
토라사와 잇세이:좋아. 그럼 먼저 써있는 정보를, 정리해 볼까!
아사기리 미카게: 그 전에 라멘 안먹으면, 불어버리잖아요
토라사와 잇세이: 옷, 그렇네. 먼저 배부터 채워야지
…………
식사를 끝낸 우리들은,
본격적으로 암호해독을 시작했다.
토라사와 잇세이: 암호에, 동물에, 수수께끼의 문장.
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네
아사기리 미카게: 뒷면에 그려진 동물은 이거, 간지네
십이지
핫카 시구레: 네. 거기까지는 저와 신야가 해독해 봤어요
시바사키 신야: 여기 빈칸에 있는「?」부분에는, 아마 원숭이가 들어갈 거야
토라사와 잇세이: 이 「△」 이나 「○」기호의 밀집은……,
본 적 있는 형태네. 일본지도인가?
핫카 시구레: 아마도요.
각자의 기호를 세아려 봤는데 △은 하나, ◎도 하나, □는 2개, ○는 43개였어요
시바사키 신야: 광역자치단체(도도부현) 이네.
△은 홋카이도. ◎은 도쿄도. □는 오사카와 교토야.
그러니까 이 「A=끝」라고 적혀져 있는 장소는 ――
3.
아사기리 미카게: 「지리」인가
*지리(오와리) 옛 지방 이름. 지금의 아이치 현 서부.
토라사와 잇세이: 현재 표기명인 「아이치 현」이 아니라는 건,
……―――― 옛 국명
아사기리 미카게: 전국 시대?
니토 센리: 전쟁이다아아아―――――!
시바사키 신야: 왓! 노, 놀래라……
니토 센리: 에헤, 죄송해요. 전혀 따라갈 수 없으니까,
분위기 끌어올리는 것 정도는 해볼까 싶어서
모치즈키 유우마:―――……
토라사와 잇세이: 아이고
내 팔에 박치기해온 모치즈키의 어깨를 받쳐주고,
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 얼굴을 들여다 봤다.
토라사와 잇세이: 갑자기 왜그래 모치즈키?
모치즈키 유우마:쿨―……
토라사와 잇세이: 자고 있는……건가?
니토 센리: 유마삐 아까부터 스탠딩 안나오고 있네 했더니……
시바사키 신야: 우리들이 말 걸었을 때부터, 조금 졸린 표정이었지
핫카 시구레: 오늘은 일단, 해산하도록 할까요
니토 센리: 있―지 유마삐, 이제 끝이래.
방까지 바래다 줄테니까 일어나
모치즈키 유우마: 우―…………응……
토라사와 잇세이: 니토, 안 깨워도 돼.
내가 바래다 줄테니까
니토 센리: 에……
토라사와 잇세이: 아사기리, 모치즈키를 업으려고 하는데.
도와줄래
아사기리 미카게: 사람 막 부리네에
아사기리의 손을 빌려 모치즈키를 등에 업었다.
토라사와 잇세이: ―― 가볍네
니토 센리: 싫어……선배 멋있어……
토라사와 잇세이: 하핫, 칭찬해도 아무것도 안나온다고
그리고―― 이 "장난감"도 내가 맡아둘게. 밤샘은 건강의 적이니까
암호가 적힌 종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가져가고,
나는 식당을 등져 걸어갔다.
*
하나부사 야나기: 하하. 유우마, 잠들었네요. 오늘 밤새서 하루종일 활동했던 것 같으니까
토라사와 잇세이: 그랬던 거였구나.
……이 뒤는, 맡겨도 되지?
하나부사 야나기: 그대로대신겠지만요
토라사와 잇세이: 넌 변함없구나 정말
*
하나부사에게 「감사의 우유」를 받고 자신의 방으로 되돌아가던 참에,
나는 주머니에서 암호 용지를 꺼냈다.
토라사와 잇세이(……역시, 린타로 씨의 글씨체잖아)
그에게 연락할 수 있다면 수수께끼는 금방 풀리겠지.
하지만 지구 상의 어느 나라에 있을지도 확실치 않고,
체류국이 판명되어도 연락수단이 없을 경우가 더 많다.
나는 걷는 페이스를 줄이고 암호에 집중했다.
토라사와 잇세이(이 일본 지도 쪽은 아마…………,
적는 장소에 해당하는 게
「히다치」…… 「카이」……)
*히다치: 옛 지방 이름. 현재의 이바라키현 대부분.
*카이: 옛 지방 이름으로 지금의 야마나시현 전지역.
토라사와 잇세이(――그렇게 되면……타,이……ㅁ……)
――!
설마, 이거……
*
토라사와 잇세이: 린타로 씨, 정말로 교내에 숨어드는 거예요……?
류가사키 진: 타임캡슐 제작까지는 어울려 줬지만,
불법 침입이 탄로나면 번잡하고 뻔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지 않나
쿠마 린타로: 괜―찮아.
신의 고교진학 축하☆란 느낌으로,
기념으로 타임캡슐 묻기로 결정했잖아♪
어―차피, 잇세이도 진도 내년에는
날 뒤따라서 시노노메에 들어올거고―!
우리들의 시선 끝에서,
린타로 씨는 중력 따위 없는 것 처럼,
가볍게 잠긴 교문을 뛰어넘었다.
-
쿠마 린타로: 좋―아, KHU☆ (코노 헨니 우메챠오)
이 쯤에 묻자♪
자물쇠 비밀번호는 각자 좋아하는 숫자로.
서로 비밀로 해두고 있으면 3명이서 함께가 아니면 열 수 없어.
아챠―, 이거 오렛치 진심 신적인 발상이잖아
그런고로 잇세이, 진.
20살이 되면, 함께 파내자?
*
토라사와 잇세이: ……20살의 나
손바닥에는, 스테인리스의 딱딱한 감촉.
자물쇠에 걸은 추억은――……미래로, 이어지지 않는다.
4.
니토 센리&모치즈키 유우마&하리미야 토우지: …………………………………
토라사와 잇세이(――응?)
하리미야 토우지: 아아…… 안되겠어 이래도 신경 쓰여…… 하지만
일을 떠맡기는 짓 따위 하리미야 가 적남으로서는 과연 어떠할지……!
아니 그대로 신경 쓰여……
토라사와 잇세이: 1학년, 무슨 일이길래 곤란한 얼굴 서로 맞대고 있는거야?
하리미야 토우지: 아, 토라사와 선배…